- 2011년 기준, 아산시에 76개 위원회가 있어 -
붓의 잘못을 지적하는 ‘명필“이 되기보다는 붓의 단점을 가다듬고 그 붓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명필“이 필요한 때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아산시에서는 예산편성과정에 시민의 여론을 어떻게 수렴할 것인가라는 방법론을 가지고 시끄럽다. 누구는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하고 누구는 공청회와 간담회 등의 방법으로도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예산편성과정에 시민의 여론, 즉 민의를 수렴하는 방법에 절대적인 “마법의 칼”은 존재하는 것일까? 우리의 역사에서 보듯이 절대적인 “마법의 칼”이 존재하기 보다는 그 “칼”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있는 듯하다.
칼을 만드는 장인이 있다고 하자. 그 장인은 나름 혼신의 노력을 다해 좋은 용도로 잘 쓰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칼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 칼을 주방에서 어머니가 쓴 다면 가족들이 화목한 가운데 정이 가득담긴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할 것이고, 그 칼을 전쟁터에서 장수가 쓴다면 나라를 구할 것이며, 살인자가 쓴다면 엄청난 흉기가 될 것이다.
우리의 역사를 보더라도 합리적인 수많은 제도들이 만들어지고 없어졌다. 모두가 합리적이며 효율성을 갖춘 것이라고 판단하고 만든 제도가 지금은 사라지거나 혹은 다듬어지는 과정을 거쳐 지금도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법과 제도들이 있다.
다시 말하면, 칼 또는 제도의 문제점이라기보다는 그 칼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 그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고 본다.
또한,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시민의 권리를 제한하기도 하고 시민의 복지를 증진할 목적으로 조례를 만들고 더불어 그 조례를 합리적이며 효율적으로 운용하고자 위원회를 둔다.
본 의원은 이쯤에서 우리시에서는 각종 위원회를 어떻게 운영하여 왔는지 분석을 해보았다. 지난 2009년 행정안전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각종 위원회 정비 지침”을 내렸으며 그 지침에는 전문적 지식, 경험이 풍부한 자를 위원으로 임명, 위촉하되 성별, 지역, 직능을 고려한 균형을 유지할 것을 권고 한바 있다.
그러나, 아산시의 각종 위원회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공무원 및 교수가 50%가 넘는 590명이고, 시장은 15개위원회, 부시장은 무려 41개위원회에, 시의원인 여운영 의원은 7개, 시민 김모씨는 무려 8개에 참여하고 있다. 과연 본인들이 참여하는 위원회의 명칭을 알고는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76개 위원회 중 2010년을 기준으로 단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은 위원회가 25개에 달하고, 단 1회를 개최한 위원회도 22개나 된다. 위원회 반수이상이 1년에 1회 미만으로 회의를 개최했다. 위원회가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자료이며, 그리 분석할 수 있을 듯하다.
위의 결과를 통해 추측해 보면, 예산편성과정에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두는 것이 예산편성의 공정성 및 민주성을 확보하는 “마법의 칼”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한 듯싶다.
그동안 좋은 목적을 두고 만든 위원회임에도 1년 동안 33%에 달하는 25개 위원회를 단 한 번도 개최하지 않고「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열과 성을 다하여 개최하겠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묻고 싶다.
1년 동안 단 한 번도 개최하지 않은 위원회 중에는 시민의 권리를 제한하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시민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위원회도 있을 듯한데, 아산시가 구성한 위원회의 1/3이 제구실을 못하지는 않았나 생각한다.
이런 33%에 달하는 위원회가 본래의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지금의 시점에서 정비하고 운영의 기초를 마련함이 필요할 것이다. 즉 시민들에게 아산시가 설치한 모든 위원회가 본래의 구실을 하고 있다는 믿음을 준 다음에,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마법의 칼로 사용하는 방법은 어떨까 생각한다.
정책을 입안·평가하며 시민들의 의사를 대표하여 수렴하는 위원회의 취지가 무색하게 각종 위원회 남발, 위원들의 과도한 중복 참여 등 일부 위원회를 제외한 나머지 많은 위원회의 형식적이고 방만한 위원회 운영은 아산시 발전을 더디게 하는 한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아산시의회 심상복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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