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충남도의회에서 인권조례안이 폐지되었습니다. 보편적 인권 신장마저도 정치적 목적으로 훼손되는 현실이 너무도 가슴 아픕니다.
저는 인간이 보다 가치 있게 사는 길이 다른 이들을 위해 그 사랑을 몸으로 실천하는 길이라고 믿어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진 의지와 열정을 다해 힘없고 약한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인권은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입니다. 이 인간 존중의 정신은 대한민국 헌법 10조에도, 1948년 UN총회의 인권선언에서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고 인간 존중을 실현한다는 원리는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입니다. 이 인간 존중의 정신은 인권 유린과 멸시에 맞서 인간이 쌓아놓은 위대한 금자탑입니다.
저는 이 인간 존중의 정신이 지속적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인간 세계를 경쟁과 갈등의 역사로 본 히틀러에 의해 얼마나 많은 생명이 죽어갔습니까.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과 멸시를 대할 때마다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려고 했던 예수님의 말씀을 되새기게 됩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인권의 대명제에 동의하지 않는 분은 없을 겁니다. 인권조례안에 제시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 과제 또한 그 대명제에 내포된 정신을 보편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번 읽어보았지만 충남의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조장했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민의 실질적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지방자치단체가 인권조례를 제정하라고 권고해왔습니다. 국가권력이나 제도에 의한 인권 침해를 넘어서서 지역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침해되는 인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인권 조례를 폐지하고 국가인권위원회를 해체하는 것이 제대로 된 인권국가로 가는 길인지 저는 의문이 듭니다. 20세기 초 동성애자들을 사회악이자 질병이라고 여겨 유대인과 함께 처형했던 나치의 역사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논쟁의 여지가 있는 사안은 충분히 논쟁을 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사회적 합의를 기초로 합니다. 지금이라도 인권조례안에 대한 각기 다른 목소리를 가진 분들이 길고 지난한 대화를 해야 합니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일방적 처리는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을 해치는 폭력이며 또 다른 적폐입니다.
치열한 찬반논쟁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인권 의식이 발전하는 계기로 작용하게 해야 합니다. 인권조례가 진보, 보수의 이념 문제가 아닙니다. 종교인과 비종교인을 가르는 문제로 전락해서는 안 됩니다. 확대 해석으로 인한 갈등보다 소통의 장에서 반론과 설득이 오고가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이번 충남도의회의 인권조례안 폐지 결의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위배하는 폭력이며 보편적 인권신장을 바라는 충남도민들의 민의를 철저히 무시한 처사입니다. 저는 충남도민과 함께 자유한국당의 횡포에 맞서 인권에 대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지켜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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