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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기고, 논평, 성명

(기고)가정폭력, 관심과 문제해결에 적극 대처해야


- 서경희(아산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장, 경감)

 

  가정폭력은 현 정부 출범이후 척결해야 하는 4대 사회악 중 하나로 경찰에서는 중요범죄에 준하여 적극적이고 엄정하게 대처하고 있다. 또한 가정폭력 신고는 경찰관들이 가장 고충을 겪는 신고 중 하나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 응답자 중 98.2%가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결과다. 가정폭력은 부모나 배우자 등 가족구성원 간 갈등 속에서 빚어지는 일이다보니 ‘가족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정폭력 중 남편의 아내에 대한 폭력은 한번 일어나면 재범률이 높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특성상 단순한 폭력으로 치부해버렸다가는 살인 등 강력사건으로 악화될 수 있는 중대범죄이다. 실제 피해를 당한 아내가 자살을 하거나 결국 가해자를 살해하는 경우도 있으며 자녀에 대한 학대로 이어져 가정폭력을 당한 아이는 커서 자신의 부모를, 결혼 후에는 아이에게 폭력을 그대로 대물려 주게 된다.

 

  필자는 언론이나 뉴스를 통해 부부싸움 끝에 남편이 가스를 폭발시켜 가족과 이웃이 죽은 경우나 폭력을 견디다 못한 아내나 자녀들이 그 아버지를 살해하는 너무나 비극적인 사건들을 접하게 되면서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느낀다.

 

  남편의 폭력이 발생하는 초기에 아내들은 소극적 대응을 하거나 외부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이는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한 것과 주위에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폭력의 피해자는 신체적인 고통 외에도 자신에 대한 정체감 혼란, 상대에 대한 적개심, 분노, 억울함,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끼며 다시 폭력을 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긴장감으로 위축되고 무기력감에 시달리게 된다.

 

  무엇보다 폭력이 반복되는 것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은 처음 폭력이 발생했을 때 그냥 넘어가지 말고 주위에 알려서 강력한 대처를 하는 것이다. 만일 주위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지원해준다면 폭력관계를 더 빨리 정리하거나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가정폭력은 더 이상 한 개인의 문제로만 덮어둘 수 없는 사회문제가 되었고, 주위 사람들의 관심과 폭력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피해자로 하여금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